1. 나는?
나는 지방의 전문대 간호과 졸업 후, 동창의 소개로 지역에 자리 잡은 전문병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기존의 동창생이 근무하고 있던 곳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기숙사에서 지내다 돈을 모아 근처 오피스텔로 독립을 하고, 요양보호사 양성 학원의 시간 강사로 투잡을 했다. 3교대 근무를 하며 주 2회 이상 오전 3시간 강의를 했다. 시간이 빠듯할 때에는 김밥 한 줄로 식사를 대신하거나, 병원 나이트 근무 때는 아침 퇴근 후 바로 강의를 하러 갔었다. 그럼에도 그 김밥이 맛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나는 멋있는 커리우먼이야! 바빠도 좀 멋있는 것 같아!"라고 되뇌며 자존감을 챙겼다. 강의를 하며 나이 지긋한 학생들의 학구열에도 많은 에너지를 받았었다. 3년의 코로나 기간으로 병원도 코호트 격리도 되었지만 따듯한 동료들과 선후배들 덕분에 태움이나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이직의 상상이나 고민들은 있어 왔지만, 큰 고민거리가 아닐 정도로 스테이블한 하루하루였다.
2. 다니던 병원의 폐원
그런데 2022년 상반기, 병원이 폐원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전에도 가벼운 소문이 몇 차례 있었기에 또 같은 상황일 거라 추측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기정사실화되었고 다들 다른 직장을 찾아보거나 이직하는 직원들이 생겨났다. 시간을 두고 쉬고 싶은 분들은 구직급여를 알아보는 등, 퇴사 후의 생활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3. 퇴사한 간호사
현재 나는 구직급여를 받으며 재취업과 창업, N 잡, 자기계발, 운동 등에 관심을 두고 퇴사 이후의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구직급여를 받는 중에는 어떠한 수익성의 일을 하게 된다면 모두 고용보험센터에 신고해야 하고 그 금액이 구직급여에서 삭감되어 산출될 수 있기 때문에 학원 강의 아르바이트도 모두 그만두게 되었다.
2022년, 병원도 망하는 시대. 그동안 내가 경제 활동을 했던 간호사라는 직업 이외의 시간과 돈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는 다른 활동들을 탐색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유니폼을 벗고 나로서.